이번 코로나로 인해 아마도 많은 분들이 가족에 대한생각도 많아지고 함께 계신분들은 보내는 시간도 더 길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최근에는 가족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래전에 읽었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책이 나온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때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저를 쉬이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부모님에게서 받은 사랑과 은혜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여 주었고, 저의 불효에 대해 뼈아픈 자각을 하게 했으며, 제 아내에 대한 저의 태도를 반성하게 했으며, 제 아이들에 대한 저의 사랑을 되짚어 보게 했습니다. 사랑과 용서와 이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은 성경만 읽으면 된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참으로 위험한 생각입니다. 어느 시인이 그랬습니다. “까막눈보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라고 말입니다.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 목사님은 자신을 가리켜 ‘한 책의 사람’(a man of one book)이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한 책’은 성경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말한 존 웨슬리 목사님은 당시로써는 놀라울 만큼 여러 분야의 책들을 광범위하게 읽었습니다. 그렇게 안목이 열려야만 성경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성경을 제일 중요한 책으로 삼되 다른 좋은 책들을 벗 삼아 읽어야 합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서로를 의지하고 맡기고 돌보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정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부탁하고 부탁 받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모두 다 자기 앞을 챙기는 데에만 몰두하면 가정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가정붕괴의 원인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가정에 모성이 회복되기를 갈망합니다. 과거처럼 한 여성이 모든 희생을 감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모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알고 보면, 성경은 가정의 모성적 차원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대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녀가 그리고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위해 돌보고 섬기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신약성경의 대표적인 가정지침은 에베소서 5장에 나옵니다. 이 가르침을 요약하자면 아내들에게는 “남편에게 하기를 주님께 순종 하듯 하십시오”(5:22)라는 것이고 남편들에게는 “아내를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내주심 같이 하십시오”(25절)라는 것입니다.
아내에게 주어진 요청과 남편에게 주어진 요청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쪽의 무게가 더 무겁습니까? 남편에 대한 요청이 훨씬 더 무겁습니다. 남편에게 주어진 요청,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마치 “어머니와 같은 심정으로 아내를 보살피십시오”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교회를 위해 생명을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아내들에게는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시에 대부분의 아내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 가정 지침의 대원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21절에 그 원리가 나와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 ‘순종하다’에 해당하는 헬라어 ‘휘포타쏘’는 원래 군대 용어인데 부하가 자신을 상관에게 내어 맡겨 필요에 따라 자신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21절의 말씀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필요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마음자세를 하고 살아가라는 뜻입니다. 그런태도가 가정의 기초라는 말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가 서로 그렇게 하라는 말입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자식과 부모가 서로에게 그렇게 하라는 말입니다. 언제고, 무슨 부탁이고 기꺼이 받아서 해결해 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모든 가족이 떠맡으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여인에게서 나오는 ‘생물학적 모성’(biological motherhood)에 만족하지 말고 혹은 그것을 당연시하지 말고, 믿음에서 나오는 ‘영적 모성’(spiritual motherhood)을 개발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안에는 물론 부성적인면도 있어야 하지만 가정의 기초는 모성적인 사랑과 돌봄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모성적 사랑을 경험하면 이같은 사랑에 눈을 뜨게되고 비로소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으로 살피게 됩니다. 그사람의 필요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게 됩니다. 이같은 변화가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일어나야합니다.
아마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것에 대한 기쁨도 많지만 분명 어려운 부분도 생길 것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가능케 되기 위해서 그리스도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더욱더 순종하는 여러분의 가정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생명이 회복되는 공동체 산성교회 대전&세종을 꿈꾸며
여러분을 섬기는 지성업 목사 드림